감 독 : 김기덕
주 연 : 조재현,서원,김윤태,최덕문,김정영,최윤영,신유진
등 급 : 18세 이용가
상영시간 : 100분
비겁하다, 욕하지마, 더러운 뒷골목을 헤매고 다녀도∼
사람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나한테 사과해!
화창한 봄날의 벤치, 사창가의 뒤치닥거리를 하는 깡패 한기는 여대생 선화를 발견한다. 마치 자
신과는 다른 세계의 사람인 양 밝고 화사하게 빛나는 선화에게 그는 차츰 이끌리고, 자신을 끈끈
한 눈으로 바라보는 한기에게 선화는 경멸 어린 시선을 보낸다. 이에 한기는 강제키스로 응답하
고, 분개한 선화는 모든 이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에게 사과하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묵묵부답인
그에게 그녀는 따귀를 날리고 침을 뱉는다.
수렁에 빠진 여자
복수심과 소유욕에 사로잡힌 한기는 선화의 뒤를 쫓고, 서점에서 소매치기한 지갑을 선화의 주위
에 놓고 간다. 화장실에서 지갑에 든 현금을 빼낸 후, 모른 척 하고 나오던 선화는 지갑 주인에
게 붙들려 모욕과 협박을 당하고, 천만 원이 넘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그가 내민‘신체포기각
서’에 서명한다.
저년은 지가 6만원 짜린 걸 빨리 알아야 해!
하루아침에 여대생에서 창녀로 뒤바뀐 선화의 운명. 첫 관계는 사랑하는 남자친구와 하고 싶다
는 간절한 소망마저 무참히 짓밟히고, 그녀는 곧 일당 6만 원짜리 삶에 둥지를 튼다. 선화의 방
거울은 밀실의 유리와 연결되어, 한기는 매일 밤 치욕과 공포에 찌들어 가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
본다.
날 여기서 내보내 줘
여대생과 사귀는 게 소원이라던 한기의 부하 명수는 선화에게 접근하고, 그녀에게 자신의 감정
을 고백한다. 명수로부터 자신이 한기의 계략으로 인해 사창가에 보내진 걸 알게된 선화. 그녀
는 명수의 도움으로 탈출하지만, 집 앞에서 뒤쫓아온 한기에게 붙들리고 만다.
혹자는 ‘정신건강’을 위해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멀리하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세상에 대한,
사람에 대한 분노가 저 밑바닥에서부터 덕지덕지 묻어 나오는 그의 영화는 고통받는 사람, 고통
스러운 사랑, 그 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의 면면이 비수가 되어 가슴을 저며놓는다.
최근 스크린과 TV를 넘나들며 주가를 높이고 있는 조재현이 이번엔 지독히도 ‘나쁜 남자’로의
변신에 도전했다. 역시 이 영화에서도 그 만이(?) 표현할 수 있을 법한 강렬하면서도 개성 넘치
는 연기력을 선보인다. ‘영화 동지’라 불러도 좋을 법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또 다시 등장
한 그는 소위 인간 말종이라 불리지만 극단적인 폭력과 거침 속에 자리한 순수함을 동시에 표출
해낸다. 지금껏 3억 원 내외의 저예산으로 영화를 만들어왔던 감독의 스타일과는 달리 이번에는
7억 5천만 원 가량의 제작비를 들였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